스물셋


스물셋

벌써, 오늘이 스물셋의 마지막 날이다.
불과 며칠 전이 스물셋의 시작과 같았어
이렇게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이제는 스물셋...
어느새 스물넷. 20대 중반으로 진입하네.

올해는 무언가 많은 걸 경험했어.
숨가쁘게 살았고, 헐떡였던 만큼 배움 역시 커다랬어.
그래서일까
활발했기에 올해의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뜻깊었기에 올해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어

순간 순간은 분명 지렁이의 꿈틀거럼처럼 느렸는데
돌이켜 보니 몇 개 과실의 수확으로 마무리 되더라.

아이유의 스물셋.
그는 노래에 스물셋의 자신을 담았어.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고
리듬을 쪼개고 어떻게든 한 글자라도 더 넣으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썼대
그래서일까
노래는 빠르고 벅찰 정도로 가사들이 쏟아져 나와

나의 스물셋도 그런거 같아
어떻게든 채우려고,
소화가 가능한지, 타인이 이해할지는 고려사항이 아니였어
무조건 실행했고, 어떻게든 참여했어
어느 순간 여백이 사라져서 나의 색 나의 공간조차 침범당했지..

그렇기에 올해의 마지막 한 주는 정리에 힘을 쏟았던 거 같아.
남에게 알아달라고 다다다다 내 말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알아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편안하게 하려고.
내 이야기로 꽉 채우지 않고, 여백에 너의 자리도 마련하며 보다 여유롭게 살려고.

365일.
쉼없이 달려왔고, 새로움이 익숙할 정도로
무수한 첫경험 첫시도를 경험했네

첫 해외여행, 첫 해외 현지인과의 어울림, 첫 동아리 참여, 첫 동아리 창설, 첫......

미지도 개척하고, 기존의 영역도 질주하며 살아왔구나
넓어진 영역에 흐뭇한 걸 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했구나

수고했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줘서 고마워(당신도 예외가 아닙니다~ ㅎㅎ)
다채로운 하루들을 보내줘서 고마워
무리하게 많은 일을 벌렸는데, 버텨줘서 고마워

성취의 뿌듯함에 고양되기도 했고,
과업에 치여 괴롭기도 했고,
잦은 만남에 충만하다가 허전하다가를 반복했지
언제나 웃기만 하다 슬픔과 분노를 받아들이고
잇는 법만 알던 인연의 고리를 끊을 줄도 알게 됐지.

스물셋.
참 하고 싶은 말도 많나 봐.
아이유가 괜히 '스물셋'을 지으며, 많은 가사를 집어넣은 게 아닌가봐.
나 역시 질질 끌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도 올 한해를 돌아보니,
전체적으로 참 장하다.
행복 즐거움 기쁨 서글픔 후회 회한 무미건조.
무수한 감정이 스쳐지나가지만,

스물셋의 나
참 장하다.
지금까지 잘해왔어

지금도 연아가 넘어가기가 하다가
스물넷 스물다섯...
언제 끊어질지 모를 나이의 연속에
분명 좌절, 절망, 고통, 후회로 점철되겠지만...
잘 버티면서
한 해를 덤덤히 마무리하는 글을 썼으면 좋겠네.

마지막 날이라 자꾸자꾸 글을 적네

수고했고, 잘해왔고, 고마워.